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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감독, 연출, 상징)

by 나날이에요 2025. 6. 6.

일본의 대표적인 가족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혈연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부성(父性)'의 의미와 진정한 가족의 정의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관객의 감정과 사고를 깊이 흔듭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독의 시선, 연출 방식, 상징적 장면과 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3부작 중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작품입니다. 고레에다는 일관되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중심 주제로 다뤄왔고 이 작품에서도 친자 확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통해 사회적 관계와 감정의 유대를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 두 가족은 아이가 출생 직후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물학적 자녀와 정서적으로 길러온 자녀 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고레에다는 이 소재를 통해 혈연이라는 '객관적 진실'보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쌓인 관계의 깊이가 더욱 중요하다는 철학을 전달합니다.

특히 주인공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성공지향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영화 전반에 걸쳐 내면의 변화를 겪습니다. 고레에다는 료타의 자아 해체와 재구성 과정을 통해 '부성'이란 유전자나 경제력이 아닌 존재와 감정의 공유라는 사실을 조용히 강조합니다. 그의 연출 철학은 과장 없는 현실주의적 묘사와 아이, 가족, 일상의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연출 방식의 섬세함과 여백의 미학

고레에다는 다큐멘터리 출신 감독답게 영화 전체에 걸쳐 극적 연출보다는 일상성과 관찰적 시선을 유지합니다.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음악 없이도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는 방식은 ‘일본식 정적 리얼리즘’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을 클로즈업하지 않고 거리감을 둔 시점으로 담아냄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해석하게 만듭니다.

료타가 점차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은 음악이나 대사로 강요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지 못하고 망설이는 미세한 행동, 타인의 가족을 부러워하는 눈빛, 텅 빈 집에 혼자 앉아 있는 모습 등으로 ‘무언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고레에다는 이를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가 '지위'가 아니라 '관계의 선택'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암시합니다.

두 가족이 만나는 장면이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는 대목에서 고레에다는 일방적인 옳고 그름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에게 다양한 관점을 열어둔 채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적 여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가능하게 합니다.

상징적 장면과 대사를 통한 주제 전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겉보기에는 잔잔해보여도 상징과 의미가 풍부하게 내포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장면은 료타가 함께 살던 아이를 떠나보내기 전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혈연보다 함께한 기억'이 진짜 가족임을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또한 후반부 료타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온 뒤 "네가 없으니 아무 의미가 없어"라고 말하는 대사는 그의 내면에서 '성공한 아버지'라는 정체성이 붕괴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됩니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 주제를 한 줄로 응축한 핵심 문장입니다.

카메라 연출 역시 상징적입니다. 료타가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심리적 성장과 관계 회복을 의미하며 비어 있는 침대, 조용한 부엌 등의 공간은 감정의 공허함을 표현합니다. 고레에다는 직접적인 설명을 피하고 장면과 배경을 통해 관계의 이면을 은유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닙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철학적 시선, 섬세한 연출, 상징적 장면들이 어우러져 ‘아버지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격정 없이 담담하게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 영화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어떤 가족을 꿈꾸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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