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는 2024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오랫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인상적인 연기, 그리고 노화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욕망과 정체성의 붕괴를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공포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강렬한 비주얼과 충격적인 스토리, 그리고 시대를 반영한 문제의식으로 많은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깊은 여운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주는 작품입니다.개인적인 감상평 – 별점 ★★★☆ ☆
《서브스턴스》를 보기 전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스릴러 장르를 별로 안좋아하기도 하고 너무 자극적이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고 난 후에는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시각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쉽게 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데미 무어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고 너무 매력적인 비주얼의 마가렛 콸리는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공포스럽거나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중심이 되는 영화입니다. 후반부 조금 충격적인 장면에 속이 울렁거린것 때문에 별세개 입니다.

사라지지 않으려는 존재의 이야기
2024년 칸영화제를 뒤흔들며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서브스턴스》 이 작품은 여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한 인물의 붕괴와 재탄생, 그 속에 숨어 있는 여성성, 나이 듦, 사회적 소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 찬 작품입니다. 감독 코랄리 파르제는 바디 호러라는 장르를 이용해서 인간의 몸과 욕망, 존재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왕년에 스타였던 중년 여배우 엘리자베스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이유로 생방송 쇼에서 해고당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사회가 강요하는 ‘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압박 속에 무너져가고 그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불법적으로 ‘더 서브스턴스’라는 신약을 손에 넣게됩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일주일 동안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존재가 바로 마가렛 퀄리가 연기한 ‘수’입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젊은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두 인격이 서로 다른 몸을 통해 살아가게 되는 위험한 실험이 됩니다. 영화는 이 두 존재가 점점 충돌하고 파괴되는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엔 엘리자베스의 처지가 공감되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집착하고 무너져내리는 그녀를 보며 경악하게 되고 다시 그녀의 내면의 상처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 불편함 때문에 진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나이 듦이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왜 젊음을 그렇게 갈망하는가에 대해 강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노화와 욕망에 대한 잔혹한 은유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흔한 스릴러를 넘어선 ‘사회적 풍자’에 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외모나 나이로만 평가받는 현실을 겪게됩니다. 그녀의 붕괴는 개인적 파멸뿐만이 아니라 ‘젊음이 전부’라는 사회적 강박에 짓눌린 우리 모두의 자화상입니다. ‘서브스턴스’는 육체를 젊게 만드는 약이 아닌 사회가 이상화한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가렛 퀄리가 연기한 ‘수’는 그 아름다움의 화신처럼 등장하지만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과 엘리자베스와의 교대로 살아가야하는 것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제하려 하고 결국 폭력과 파괴로 치닫게 됩니다. 이 장면들은 잔혹하면서 징그럽기까지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나약함과 공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데미 무어는 이 작품에서 역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본인 역시 나이들어가면서 실제로 여러가지 변화되는 상황을 겪어 왔기에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를 한층 더 리얼하게 연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스로를 찢고, 붕괴하고, 다시 일어나는 그 모든 장면에서 배우로서의 용기와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더서브스턴스》는 아주 인상적인 연출이었습니다. 비비드한 색감, 고전 할리우드 스타일의 의상과 조명, 그리고 거울과 피부를 소재로 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반복되며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도 확실하게(쎄게!) 보여줍니다. ‘몸이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진다’는 표현은 단순히 신체적 변화가 아닌 정체성과 기억, 자존감의 붕괴와 재구성을 은유하는 연출이었습니다.
불편한 아름다움, 영화가 던지는 존재의 물음
《서브스턴스》는 누구나 쉽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부 장면은 강렬한 자극과 심리적 불안을 유발할 만큼 불편함을 줍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는 분명한 메세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늙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왜 사회는 젊음만을 가치 있게 평가할까요? 그리고 그 젊음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보는 사람 스스로가 자기 안의 욕망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 영화는 완성도 높은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여운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 삶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