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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리뷰 – 상실을 태우고 달리는 치유의 드라마

by 나날이에요 2025. 6. 17.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 영화계에 보기 드문 ‘조용한 충격’을 남긴 작품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특유의 ‘길고 느린 대화’와 ‘침묵의 여운’은 이 영화에서 상실과 치유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지만 영화는 이를 기반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훨씬 깊게 확장시킵니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개봉: 2021년 / 장르: 드라마 /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 수상: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칸 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로브 외 다수

드라이브 마이카 공식 포스터

줄거리 요약 (스포없음)

연극 연출가 ‘가후쿠 유스케’는 아내 오토가 남긴 말 못할 비밀을 알게 된 직후에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습니다. 2년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청된 그는 자기 차를 운전해줄 미사키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매일 함께 이동을 하며 조금씩 내면의 상처를 꺼내고,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3시간 러닝타임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장면 간의 간격이나 대사의 여백, 풍경의 반복 등을 통해 ‘정서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설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핵심 테마: 말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침묵’입니다. 가후쿠는 말하지 않습니다. 아내의 비밀도, 자신의 감정도. 그는 그 감정을 무대 연극 대사로 덮어버리고 차안에서 듣는 오디오북으로 도망쳐버립니다. 그러나 미사키와의 침묵 속 동행은 점점 그를 진짜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만듭니다.

  • 무대 대사 vs 현실: 그는 연극 무대에서는 정교하게 감정을 연출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을 억누릅니다.
  • 침묵 vs 고백: 미사키 역시 부모를 잃은 상처를 말하지 않고 품고 있습니다. 이 둘의 침묵은 공감이자 연결입니다.
  • 운전 vs 정체: 계속 달리지만 실은 멈춰있던 인생. 자동차 안에서만 그들은 ‘정직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적인 연출이 만든 진심의 무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대사 중심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나 대사가 많다고 해서 감정이 넘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감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강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배우들이 무대에서 대사를 외울 때는 그 표정은 무표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아주 느리고 정적으로 그 얼굴들을 비추며 관객이 감정을 읽어내게끔 유도합니다. 수화로 연기하는 청각장애인 배우의 연기 또한 ‘소리 없는 대사’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상적인 장면 분석

  • 붉은 사브 자동차: 영화의 중요한 공간. 내부는 정적인 대화, 외부는 이동이라는 상징적인 연출. ‘닫힌 공간에서 마음을 여는 감정’이 교차함.
  • 오디오북 장면: 반복적으로 듣는 극중 극 안톤 체홉 희곡 바냐아저씨의 대사 – ‘삶을 살아야 해요, 바냐 아저씨’. 이 대사는 자기위안이자 자아 치유의 상징.
  • 🌇 히로시마의 풍경: 원폭 도시라는 배경 자체가 ‘상실에서 피어난 삶’이라는 영화 전체 메시지와 겹침.

감상평

처음엔 ‘문학적인 영화’라는 말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엔 단어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일 수 있다는 걸 영화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상실을 겪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반드시 ‘공감’과 ‘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닌 함께 머물러주는 침묵의 힘을요.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 문학적/연극적 요소가 섞인 영화를 선호하는 분
  • ✔️ 감정적인 위로보다, 철학적 성찰을 원하는 분

결론 및 평점

총평: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성숙한 영화입니다. 침묵과 거리, 반복과 여백의 미학을 통해 우리는 진짜 치유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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