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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네오 감독의 시선으로 본 청춘, 『HAPPYEND』 리뷰

by 나날이에요 2025. 6. 5.

2024년 제8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초청된 『HAPPYEND』는 ‘Ryuichi Sakamoto Opus’로 주목받은 소라 네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여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그 안의 균열, 선택의 기로에 선 정체성 고민을 정교하게 풀어낸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신예 배우 쿠리하라 하야토히다카 유키토의 첫 주연 데뷔작으로 생애 첫 스크린 연기를 통해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진심 있게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5년 4월 30일에 개봉한 이 영화. 본 리뷰에서는 해피앤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연출이야기, 배우들의 연기까지 전반적인 요소를 짚어보겠다.

미래의 고등학교, 진짜 문제는 'AI'가 아니다

『HAPPYEND』의 배경은 XX년 후의 일본이다. 고등학생 유우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유우타가 장난삼아 학교에 큰 소동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학교에 AI 감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야기는 급반전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단순히 ‘감시’라는 외부 장치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주인공의 내면이 드러나면서 진짜 위협은 시스템이 아닌 서로의 기대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조명한다. AI는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감정의 충돌을 가시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고등학생이라는 설정 속에서 ‘자율성’, ‘신뢰’, ‘미래의 불안’과 같은 키워드를 현실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해피앤드 포스터

유우타와 코우, 균열로부터 피어나는 감정

두 주인공 유우타와 코우는 그야말로 청춘의 두 얼굴이다. 유우타는 장난기 많고 삶을 즐기고자 하는 인물이면서 세상의 규칙이나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타입이다. 반면 코우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캐릭터다.

이러한 대비되는 캐릭터는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이 두사람이 한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어긋나면서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점까지 흘러간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파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갈등을 통해 각자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되고 결국 진짜 어른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쿠리하라 하야토와 히다카 유키토는 실제로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대사보다 침묵이 많은데도 그 침묵이 더욱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시각과 청각, 감정을 움직이는 미학

『HAPPYEND』는 시각적 연출과 음악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소라 네오 감독은 ‘Ryuichi Sakamoto Opus’에서 보여준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이 작품에서도 유지하면서 청춘 영화 특유의 감정선을 과장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지나치게 클로즈업하지 않으면서도 공간 전체와 조명, 움직임을 이용해 감정의 진폭을 그린다. 미래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톤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관객이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음악 또한 영화의 톤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절제된 사운드와 몽환적인 배경음은 두 인물의 내면과 이야기 전개를 절묘하게 지지한다. 때로는 말보다 음악이 감정을 대변하기에 이를 통해 관객은 더욱 깊은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HAPPYEND』는 자극적인 전개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충분히 강력한 울림을 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말한다. “청춘의 진짜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고. AI, 미래, 시스템 같은 외형적 요소보다도 인간 관계와 감정의 조밀한 구조에 집중하는 이 영화는 오히려 그 점에서 훨씬 더 현실적이다.

청춘을 한 번이라도 지나온 사람이라면 『HAPPYEND』는 분명 자신의 경험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감정의 균열, 우정의 흔들림, 선택 앞에서의 고민 등 그 모든 것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건 단지 10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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